여는 시

여는 시

해머 같은 펜

박노해

네팔의 여덟 살 난 아이들은

하루 1달러를 벌기 위해

어둡고 습한 팔찌공장에서

먼지 다욱한 카펫공장에서

거칠고 위험한 공사판에서

고사리 같은 어린 손에 펜대신

무거운 공구를 잡는다

아이들은 자라서 꿈의 코리아에 와

갖은 천대 속에 공장일을 하다가

잘린 손을 부여안고 내쫓겨 돌아간다

공구 대신 펜 한번 쥐어보지 못한 손

저 어린 손에 헤머 대신 펜을

지구 나무나 죽이는 나의 펜을 저 손에

병든 삶을 갈겨 파는 나의 펜을 저 손에

아니 펜 대신에 차라리 해머를

야만의 세계를 깨는 천둥 같은 해머를

기름진 내 밥상과 내 위신의 삶을 깨는

해머 같은 펜 천둥 같은 펜을 저 손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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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98년 9월 김민수가 생각하고, 디자인하고 만듦. 1999년 3월 다시 수정보완